작성일: 2014/06/13, 19:20:15
작성자: icthdi4  

아시아투데이 김보연 기자 =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휴대폰 생산기지를 세우면서 협력업체들도 베트남행을 선택했지만 초기 대규모 투자집행에 대한 부담감과 해마다 삼성전자와의 거래 이익률이 떨어지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삼성전자의 수주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현지 공장 증설이 필수지만 중소기업들의 경우 투자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으면서 자칫 수주 물량을 맞추지 못해 ‘1차 벤더’(1차협력사)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일부 협력사의 경우 베트남 공장 증설로 인한 부채증가로 재무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올해 스마트폰 물량을 지난해 대비 20%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관련 부품 수주 물량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만 공급단가인하로 삼성전자의 거래 마진율이 예전만 못한 상황”이라며 우려했다. 

◇ 플렉스컴, 베트남 법인에 2000억원 규모 투자했지만 재무상황만 악화시키고 있어…
플렉스컴은 연성회로기판(FPCB)을 제조하는 업체로 2008년 처음으로 베트남에 공장을 설립했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베트남 법인에 2000억원 규모를 쏟아붓고 있지만 오히려 적자 전환하는 등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플렉스컴은 베트남 공장 설립 및 증설에 1561억원의 채무를 보증했으며 이 중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는 총 649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베트남 법인의 자산은 1510억원이지만 이 중 89%인 1352억원이 부채에 해당한다. 플렉스컴은 베트남 법인의 채무 외에도 1년 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부채가 1879억원에 달하지만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이 1807억원에 불과해 유동성의 위기가 초래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 알에프텍, 베트남에만 공장 3개 증설했지만 실적은 글쎄…
알에프텍은 스마트폰 충전기 및 안테나를 생산하는 제조업체로 현재 베트남에 3개의 법인을 설립해 공장을 가동 중이다. 2009년 흥옌에 제1공장을 설립했으며 2011년에는 박닌에 제2공장을 설립했다. 2013년에는 타이응우옌에 제3공장을 설립해 현재 가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흥옌에 위치한 제1공장의 매출액과 순이익은 2011년 378억원과 11억원에서 2013년 66억원과 2000만원으로 각각 83%, 90% 하락했다. 베트남 3개 공장의 평균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0.5%로 국내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 3.4%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 자화전자, 라인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 늘렸지만 실질적인 순이익은 하락
자화전자는 카메라 모듈 섹터 중 하나인 자동초점구동장치(AFA)를 제조하는 업체로 2008년 베트남에 공장을 설립한 후 추가적인 라인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베트남 지역에서 삼성전자에 핵심부품을 조달하고 있어 가장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됐던 것과 달리 오히려 수익률은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자화전자 베트남 법인의 매출액은 2012년 526억원에서 2013년 819억원으로 56% 상승했지만 순이익은 2012년 88억원에서 2013년 23억원으로 74% 하락했다.

또 국내 자화전자의 매출액대비 순이익률이 8.2%인데 반해 베트남 법인의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2.8%에 불과해 베트남 진출로 인한 비용 절감과 수익성 제고 및 실적 향상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공장을 증설하는 이유에 대해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모두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1차 벤더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현재 ‘증설과잉이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렇지만 1차벤더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수요물량에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공장을 증설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삼성전자의 갤럭시 S4, S5가 기대치만큼 판매량이 늘지 않으면서 추가로 증설한 공장라인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