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4/02/04, 13:44:21
작성자: icthdi3  


중국의 정보기술(IT) 업체인 레노버가 '휴대폰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모토로라를 전격 인수해 세계 시장을 놀라게 하고 있다. 세계 1위 PC생산업체인 레노버는 지난달 29일 구글의 스마트폰 사업부문인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29억1천만 달러에 인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인수 작업이 완료되면 레노버의 스마트폰 세계 시장 점유율은 4.5%(세계 5위)에서 6%로 상승해 단번에 화웨이(5.1%)와 LG전자(4.8%)를 제치고 세계 3위로 뛰어오른다. 이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한국의 삼성전자(32.3%), 미국의 애플(15.5%), 중국의 레노버가 주도하는 '3강 구도'로 재편됨을 의미한다.

지난 1984년 중국과학연구원 컴퓨터연구소 출신인 류촨즈 박사가 10여 명의 동료와 함께 세운 벤처기업 레노버는 2005년 IBM의 PC사업부를 인수하며 세계 시장에 이름을 각인시켰다. 'IBM에 바가지를 썼다', '기술력이 없어 곧 퇴출당할 것이다'라는 우려가 빗발쳤지만, 인수 8년 만에 휴렛패커드를 제치고 세계 PC시장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PC시장을 평정한 레노버는 PC를 중심에 두고 인접 분야로 영역을 확대한다는 이른바 'PC+' 전략을 추진해 왔는데, 모토로라 인수도 그 일환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레노버는 앞서 IBM으로부터 서버 사업부를 인수해 PC,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 서버 사업을 망라하는 IT부문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다.

레노버는 중국에서는 레노버 브랜드로, 모토로라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북미와 중남미 시장에서는 모토로라 브랜드로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위안칭 레노버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언론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2015년까지 스마트폰 판매량을 1억 대 이상으로 늘리겠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삼성전자와 애플을 압도하는(surpass)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간을 두고(over time)'라는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공공연히 삼성전자와 애플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지금은 이런 발언이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레노버가 중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서 미국과 중남미에서 저가 물량공세를 펼친다면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중국에서는 레노버가 시장 점유율 2위(13.6%)로 1위인 삼성전자(21.6%)를 바짝 뒤쫓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약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세계 2위 이동통신 장비 업체인 화웨이는 이미 LG전자를 제치고 세계 4위의 스마트폰 업체가 됐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비중은 점점 커져서 화웨이, 레노버, ZTE, 쿨패드, 샤오미 등 중국 6개 업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엔 21.4%까지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매출이 주춤한 것도 이런 시장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의 주식시장은 LG전자의 주가가 한때 3% 이상 급락하는 등 레노버의 모토로라 인수 소식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중국 업체들의 도전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전방위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전에 중국 업체들의 잠재력을 인정하고 춘추전국시대에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