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4/01/21, 16:50:38
작성자: icthdi3  


SK이노베이션이 기존 정유·석유화학 업종을 넘어 정보전자 소재산업에서도 ‘글로벌 1위’를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한 해를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원년’으로 삼아 과감하게 결정한 시설·연구개발 투자의 열매들이 글로벌 영토 확장을 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지난 10일 충북 증평산업단지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공장은 ‘소재의 강자’로 발돋움하려는 의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곳은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에 들어가는 연성회로기판의 핵심소재인 연성동박적층판(FCCL)을 생산하는 곳이다.

지난 2011년 8월부터 상업생산에 들어간 1호라인은 구리로 만든 얇은 종이 같은 동박(銅箔)의 표면에 바를 용액인 PI(Polyimide)제조→코팅→경화(건조)→표면전극처리→제단의 공정이 구축돼 있었다. 먼지 등에 따른 제품불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전 근로자가 무진복을 착용하는 ‘세밀한’ 공정과 자체기술력으로 설계·시공한 자동화시스템이 인상 깊었다.

동박의 두께가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 수준인 만큼 어느 정도의 정교한 공정을 통해 제품 생산이 이뤄지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얇은 동박에 내열·절연 기능을 하는 PI를 균일하게 바르고, 고객의 주문대로 제단하는 과정은 초정밀의 기술을 갖춰야만 가능한 것이다. 동박의 양면에 PI를 바르고 압착하는 양면 FCCL의 생산공정에는 더 고차원의 기술이 요구된다. 특히 코팅한 동박을 적외선 방식으로 경화하는데, 여기서 경쟁사와 기술 차별성을 갖고 있다. 정식 축구장 크기인 120m 길이의 거대한 오븐과 같은 장치 속에서 이 공정이 이뤄진다.

기존의 딱딱한 경성회로기판과 달리 구부려지는 연성회로기판인 FCCL은 전자제품의 소형화·경량화 추세에 따라 연평균 18%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 중인 부품소재다. 작업성이 뛰어나고, 내열성과 내굴곡성, 치수 안정성(온도·습도 변화에 재료의 형상이 변화하지 않는 성질) 등이 우수하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 뱅크에 따르면 2015년에는 IT기기의 성장으로 1조 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실 FCCL은 불과 6∼7년 전만 해도 스미토모, 신일본제철 등 일본 업체들이 독점생산하던 제품이다. 삼성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완성품 제조업체들도 회로기판을 전량 일본 등에서 수입해왔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 두산 등 소재 국산화를 추진했던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에 눈을 돌려 FCCL의 연구·개발과 시설투자에 집중한 결과 지난 2009년부터 국내 시장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국내 업체들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2011년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도 한국 업체들이 32%로 1위를 차지했다.

SK이노베이션은 연 350만㎡ 규모의 FCCL 1호라인을 가동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지난해 5월 회로기판 세계 1위 업체인 일본 맥트론에 FCCL을 공급하는 등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더욱이 지난해 4월에는 900억 원을 투자해 2호라인 증설을 결정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각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상황에선 과감한 결단이었다.



이상훈 SK이노베이션 FCCL 생산팀장은 “그만큼 기술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투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FCCL 제품의 PI 용액을 직접 생산하는 등 기존 방식보다 생산 속도와 품질을 높인 신기술 덕분에 고객들의 차별화된 요구에 맞춘 제품 생산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1호라인 옆에 건설 중인 2호라인은 오는 6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8월부터는 상업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경우 SK이노베이션은 연간 900만㎡의 FCCL 생산능력을 갖춘 글로벌 메이저 업체로 도약하게 된다.

한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도 38%로 올라가, 중국·대만(34%)과 일본(23%)을 큰 차이로 따돌리게 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FCCL 2호기 증설을 발판으로 해외시장 판로를 확대하는 한편, 모바일 기기 외에 다양한 용도의 제품을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지속적인 증설을 통해 2020년까지 FCCL 분야의 세계 1위 업체로 도약해 대한민국의 기술영토를 넓히는 한 축을 형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