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무기는 수십년간 운용해야 하는 고가 장비다. 무기 자체도 비싸지만 부품가격도 만만치 않다. 많은 부품이 해외로부터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군수품이라는 특수성때문에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 업체가 독점 생산할 경우 더더욱 그렇다.
이런 가운데 공군의 한 연구팀이 전자회로 설계도를 빠른 시간에 얻을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군사 부품 국산화를 이룰 수 있는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대대적인 예산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신기술을 개발한 주인공은 공군교육사령부 군수2학교 조성오 소령과 83창 체계개발팀 노환승 주무관. 이들은 지난 9월 특허청으로부터 ‘인쇄회로기판(PCB. Print Circuit Board)의 역설계 장치 및 방법’에 대해 특허로 인정을 받았다.
쉽게 말해 컴퓨터 메인보드같은 인쇄회로기판만 있으면 설계도면을 자체적으로 얻을 수 있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수입에 의존하는 항공기 전자기판을 분석해 설계회로도를 만든 다음 이와 똑같은 복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예전에는 이 부품을 다시 구입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만약 해외에서 생산이 중단된다면 국내 군사장비를 운용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렇다보니 부르는게 값이 되는 경우도 있다.
신기술 연구를 주도한 조성오(39) 소령은 “항공기나 무기에 사용되는 부품이 불량이 나면 교체를 해줘야 한다. 해외에 의존하는 부품은 가격이 비싼 것이 많다. 어떤 것은 현장까지 수급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우리 군이 부품 설계도를 획득하고 국산화하는 것이 자주국방의 시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며 개발 동기를 밝혔다.
조 소령은 최근 시험생산된 부품을 정상작동시키는데 성공했다. 그 중 한가지는 수송기에 들어가는 통신기판. 컴퓨터 부품과 흡사한 형태지만 원제품 가격은 수천만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해외 제조업체가 2배 가량 가격을 올렸다.
조 소령은 거미줄같이 엮인 회로 기판을 X-레이로 찍은 뒤 설계도를 얻어냈다. 기존에는 화학약품으로 기판을 부식시켜 회로도를 찾아내는 에칭기법이나 멀티메타기법 등 수작업을 해야 했다. 신기술은 이에비해 시간을 대폭 줄이고 정확도를 높였다. 간단한 기판은 수일, 복잡한 기판은 1~2개월이면 만들 수 있다. 특히 군이 보유한 장비를 활용할 수 있어 도입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그는 이렇게 얻은 회로도를 국내업체에 의뢰해 제작했다. 기판에 들어가는 전자칩은 해외구매를 통해 주문했다. 조 소령은 직접 칩을 기판에 납땜하며 복제 기판을 만들었다. 이렇게 완성된 기판을 실험한 결과 대성공이었다. 그가 복제 기판에 들인 돈은 200만원 남짓. 원부품의 1/10 이상 저렴했다. 조 소령은 “원부품처럼 작동하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안정성과 내구성만 확보되면 국산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 그는 공대공 유도미사일에 들어가는 회로카드도 작동실험에 성공했다. 그가 성공한 부품을 국산화한다면 수백억원의 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그는 “회로기판을 만드는 기술이 있으면 부품을 수입하더라도 가격 흥정때 우위에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군교육사령부 수송교육대대장으로 있는 조 소령은 신기술 연구에 빠져있다. 그는 근무 시간 외에는 회로도를 만들고 부품을 만드는 일을 한다. 심지어 주말마저 연구를 하다보니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조 소령은 “항공부품을 정비하다보니 부품국산화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 공군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여기서 배운 기술을 다시 공군에 되돌려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적어 늘 미안하다. 우리 군을 위해 뭔가를 남긴다면 아이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공군 항공고(구 공군기술고등학교) 출신으로 부사관시절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지난 2002년 그는 전역대신 학사장교(107기)로 제2의 군생활을 시작했다. 부품을 정비하면서 이 기술의 필요성을 느꼈다. 지난해 항공기술연구소 정비기술개발실에 있으면서 기술을 개발했다.
그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우리 군의 정비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다. 군이 핵심 부품 설계도를 보유해서 더 나은 기술로 개발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번 기술개발 역시 단순한 부품 국산화가 끝이 아니라 국방기술 업그레이드를 위한 기반을 만드는 일이다.
항공과학고 출신답게 후배들에 대한 애착도 강했다. 회로설계 동아리를 가르치고 있는 그는 “정비는 물론 공군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 후배들이 이 기술을 더 나은 기술로 발전시켜 군사 강국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고개숙인 스마트폰 부품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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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부품 국산화 첫 발 내딛었다 - 공교사 조성오 소령, 전자회로기판 설계도 기�
